매미
5월부터인가 조금씩 보이던 매미(cicada)떼가 6월 들어서자 길가,나무,자동차 가리지 않고 점령해있고 우렁찬 매미소리에 온 동네가 들썩이는 요즘이다.
17년 동안을 땅 속에 있다가 셀 수도 없는 많은 수가 일시에 땅 위로 올라와 매미가 된다. 그 매미가 낳은 알이 애벌레로 부화한 뒤 땅 속으로 내려와 나무수액을 먹으면서 또 17년을 지낸다고 한다. 물론 매년 나오는 매미도 있고, 5년,7년,13년 주기로 올라오는 매미들도 있지만 이 17년 주기의 매미들은 그 숫자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밖에 없다. 하긴 올해가 2021년이니 2004년에도 또 한 번의 대소동이 있었을텐데 이번 매미소리를 듣는 나의 마음은 17년전 그 때와 많이 다르다.
우선 신기했다. 17년 동안이나 긴 시간을 땅속에서 산다는 것도 신기하고, 정확히 17년이 지나면 일시에 땅위로 올라오는것도 신기하고, 그 많은 수가 살아서 올라오는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놀라웠다. 새,다람쥐,거북이,고양이,개 심지어 물고기까지 매미를 잡아먹는다. 이 약점을 극복하고 종족을 보전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런 인해전술이라고한다. 아무리 잡아먹혀도 한꺼번에 수십억마리를 잡아먹지는 못하니 살아남을 확률이 그만큼 많아진다는 계산이다.
빠르지도 못하고 소리로 위치를 노출시켜서, 쉽게 먹히고,부딪히고, 밟혀서 죽는 한 낱 힘없는 이 미물도 종족을 보전하기 위해 17년동안 죽은듯이 지내다가 한꺼번에 나오는 방법으로 살아간다. 그저 ‘신비한 자연의 세계이군’ 하고 넘어가기에는 너무나 오묘하지 않은가. 그러고 보면 세상 무엇을 보아도 쓸모없는 것은 하나도 없고, 신기하지 않은 것이 없다. 하늘에 떠있는 구름도, 밤에 반짝이도 별빛도, 굽이치는 강줄기도, 수 천길 협곡도, 남극의 빙하도, 드넓은 바다도, 나무도, 산도,동물도, 식물도, 물고기도….이 모든 것을 만드신 창조주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이것을 우리에게 주신것이다. 잘 누리고 다스리며 살라고...
매미를 바라보며 나는 하나님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