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치폴레에 꽂혀 일주일에 몇 번씩 먹고있는 중이다.
치폴레는 밥을 기본으로 해서인지 여느 샌드위치나 햄버거보다는 내 입맛을 끈다.
가격도 적당하고 맛도 괜찮아서 만족하며 이용하고 있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많이 익숙해진 지금도 나는,
어느 지점이나 출입문을 열기 전에 고를 메뉴와 topping들을 머리속에 정리하는 습관이 있다.
초창기에 주문대에서 우물쭈물하다가 직원들의 눈총을 받았던 일이 몇 번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주문 순서 때문에,
다음은 topping 선택때문에 한동안 적응하기 힘들었다.
한 사람씩 줄서서 주문하는 특성상 나의 입만을 노려보는 눈길과 쉴새없는 손길에서 “바쁨”이 절실히 느껴졌다. 그래서 주문할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바빠진다.
실수로 발음이라도 꼬일때면 내가 먼저 미안한 마음에 뒤를 한 번 돌아보게 된다.
쫓기다시피(?)
담아주는 봉지를 들고 나오면서 그제서야 한숨 돌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조금만 더 천천히 말해주면 어떨까’,
‘먼저 반갑게 인사하고 시작하면 안되는걸까’,
‘계산하고 있는데 벌써 뒷손님을 쳐다보고 있는 건 뭐지’, ‘reward scan은 어디다 하는거야?’등등…..
버스 운전 10년째,
같은 버스,
같은 요금기,
같은 승객들,눈감고도 운전할 것 같은 길 ….뭐 하나 불편할 것이 없는 요즘에도 나를 불편하게 하는 손님들이 있다.
credit card는 안되냐는 손님,
1cent 짜리 동전을 아무생각없이 넣고 있는 손님, smart card로 세사람 계산할 수 있는냐는 손님,
종점에 도착해서야 잘못탔다는 손님…
늘 긴장하며 운전했던 초보시절. 이런 손님들을 만날때면 나는 언제나 친절하게 이렇게 말했다.
“손님, 계산은 현금이나
smart card만 됩니다,
1cent 짜리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smart card로는 한 사람씩만 계산됩니다.
목적지에 갈 수 있도록 방법을 알아보겠습니다.”
그러나 말안해도 알아서 요금내고 타고 내리는 손님에 익숙해진 요즘은 이런 불편한 손님들은 오히려 나의 시간표를 늦추는 방해꾼이다.
당연히 좋은 소리가 안나간다.
말이 짧아지고 툴툴 거린다.
‘다른 손님들은 다 잘 하는데 당신만 왜 이러냐’ 물론 마음속 중얼거림이다.
이럴때마다 나는 치폴레의 경험을 떠올린다. 반갑게 인사하며 친절하게 안내하는 직원을 기대하는 나의 모습은 credit card로 계산하려는 승객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고…
이 승객이 오늘 처음 버스를 이용하는 거라면,
이 승객이 다른 지역에서 왔다면,
이 승객이 눈에 보이지 않은 장애가 있다면 나의 친절한 말 한마디는 훨씬 그 승객을 편하게 만들것이다.
그래서 나의 이 익숙함을 잠깐 포기하는 순간 나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것이다.
이것이 내가 낮설게 느껴지기를 연습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