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된 스케쥴을 보고 자기가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적어내면 된다.
내가 32번이니 모두 32개를 선택해서 제출하면 된다. 그러니까 1지망, 2지망....32지망까지 내는 셈이다.
이론적으로야 마음에 드는것 부터 차례대로 선택하면 된다지만 이게 좀 힘든 구석이 있다.
내가 제일 좋아보이는 스케쥴들은 마찬가지로 다른 운전자들에게도 좋아보이는 법.
1번부터 신나게 써내려가봐야 내 앞에 31명이 생선가게 앞 고양이 침 흘리듯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게 뻔하다. 내 차례에 가장 걸릴 듯한 경계선에 있는 스케쥴을 찾는게 관건.
그렇게 썩 좋지도 않지만 그렇게 썩 나쁘지도 않은...
3년가까이 새벽운전의 정신적, 육체적 괴로움을 맛본지라 이른 새벽스케쥴은 빼고,
저녁시간 운전하면 가족들과 밥상 한 번 못해보니 이것도 빼고,
점심시간에 집에 가는 시간이 없으면 우리 귀염둥이가 맨날 혼자 라면같은 것만 먹을테니 이것도 빼고,
목요일 저녁에는 밀알모임 같이 가기로 했으므로 이것도 빼고,
너무 밤 늦게 끝나면 초저녁 잠 많은 내게 너무 힘들므로 이것도 빼고,66번 도로는 매일 막히니까 이것도 빼고...
헐~ 구십몇개 스케쥴이었는데 손가락 꼽을만큼만 내 손에 남아있다.
20개 스케쥴이 더 늘어났다고 좋아했었는데...
이때부터 스케쥴과 전쟁을 벌였다.
'과연 어떤 것들을 먼저 건져올려야 되나'
한참을 비교해서 하나 골라놓으면 꼭 한가지가 마음에 안든다...새벽일찍...안되지
그러고 또 한참 씨름하고 골라놓으면 점심시간이 없다든지...
아니면 저녁시간이 없다든지....
결국 3일동안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밥을 먹어도, 운전을 해도 눈 앞에 스케쥴 표가 빙글빙글..
결단이 필요했다.
그러다가 어느순간인가 내가 스케쥴을 선택할 때 마음에 안드는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 진도가 나갈 수가 없었다.
'그렇지... 다 좋을수는 없지... 좋을것을 먼저 골라봐야겠다'
그러고 보니 어떤것은 일찍 시작하는 대신 중간에 시간이 많아졌다.
점심시간이 없는 대신 어떤 날은 반나절만 하는게 있었고,
막히는 노선이지만 아침잠은 잘 수 있었다.
20분만에 32개를 다 골랐다. 아이고....
이상 똑같은 스케쥴을 놓고 어떻게 시간을 낭비할 수 있는지 제가 보여드렸습니다.
여러분들도 비슷한 상황일 때 한 발 물러나서 보시는 여유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