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는 길.
새벽5시13분에 알람소리에 눈떠 세수하고 옷입고 전날 준비해놨던 빵과 과일을 가방에 담고 시동을 걸면 5시 30분. 첫번 신호등 지나 1차선으로 차선옮기고 66번에 들어선다.
내가 나갈exit은 바로 다음다음이라서 66번에 합류한 후 4차선에 머무르면 차선바꿀 필요없이 바로 빠져나가기 쉽지만 그 시간에는 항상 4차선이 붐빈다. 그래서 다시 한 차선 바꿔 3차선으로 이동했다가 좀 한가해지면 다시 4차선으로 이동해서 내가 원하는 exit으로 빠진다.
그날도 어김없이 이 패턴대로 66번에 들어섰다. 합류한 후 다시 한 차선 바꿀려고 왼쪽 미러를 보니 창문에 낀 서리가 아직 채 없어지지 않아 미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그냥 머물러야되나" 아님 "창문을 열고 고개빼서 차선을 바꿔야하나" 선택해야했다. 편하게 그냥 머무르면 1,2분 정도 늦게 가는거고, 창문 열고 찬바람 쐬는 수고를 감내하면 원래 패턴으로 들어서는거다. "에이...하던대로 하자..." 창문을 여니 찬바람이 훅~
겨우 3차선으로 차 옮겨놓고 가속을 내면서 옆 4차선에서 서행하고 있는 차들 곁을 막 통과하고 있는데 뒤에서 경적소리가 크게 울린다. "또 성질급한 녀석이 있나보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굉음을 내면서 4차선 제일 후미에 서행하던 차를 그대로 받아버렸다. 마치 제트기가 와서 부딪치는 것처럼...
순간 무슨 파편이 튀는게 내 오른쪽으로 보이면서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확인할 사이도 없이 나는 계속 가야만 했고, 백미러로 뒤를 잠깐 보니 부딪힌 차에서는 연기가 무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순간이었다.
놀란 마음을 누르면서 exit을 빠져나가고 있는데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차선을 옮기지 않았다면 그 부딪힌 차 자리에는 내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자.. 생각해보자...
1초도 안되는 순간에 누군가는 구급차를 타야하는 신세를 지게되고, 나는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일상으로 복귀한다. 뒤에서 갑자기 받혔기때문에 충격이 클 것이다. 후유증으로 한참을 고생할 수 있다. 사고처리에 병원치료, 보험, 업무손실.... 생각만해도 마음이 답답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많이 다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일단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것에 대해 감사했다.
그런데 그런데...신기하다.
이 감사가 채 반나절이 가기 전에 시들해진다.
하루가 지나니 잘잘한 일상 속에 파묻혀 깨끗하게 잊혀진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언제 그런일이 있었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내가 이상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