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5-29 19:05
어허...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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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신제영
조회 : 1,348  
출근하는 길.
새벽5시13분에 알람소리에 눈떠 세수하고 옷입고 전날 준비해놨던 빵과 과일을 가방에 담고 시동을 걸면 5시 30분.  첫번 신호등 지나 1차선으로 차선옮기고 66번에 들어선다.
내가 나갈exit은 바로 다음다음이라서 66번에 합류한 후 4차선에 머무르면 차선바꿀 필요없이 바로 빠져나가기 쉽지만 그 시간에는 항상 4차선이 붐빈다.  그래서 다시 한 차선 바꿔 3차선으로 이동했다가 좀 한가해지면 다시 4차선으로 이동해서 내가 원하는 exit으로 빠진다.

그날도 어김없이 이 패턴대로 66번에 들어섰다. 합류한 후 다시 한 차선 바꿀려고 왼쪽 미러를 보니 창문에 낀 서리가 아직 채 없어지지 않아 미러가 잘 보이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그냥 머물러야되나" 아님 "창문을 열고 고개빼서 차선을 바꿔야하나"  선택해야했다. 편하게 그냥 머무르면 1,2분 정도 늦게 가는거고, 창문 열고 찬바람 쐬는 수고를 감내하면 원래 패턴으로 들어서는거다. "에이...하던대로 하자..."  창문을 여니 찬바람이 훅~
겨우 3차선으로 차 옮겨놓고 가속을 내면서 옆 4차선에서 서행하고 있는 차들 곁을 막 통과하고 있는데 뒤에서 경적소리가 크게 울린다.  "또 성질급한 녀석이 있나보다" 하고 생각하는 순간 굉음을 내면서 4차선 제일 후미에 서행하던 차를 그대로 받아버렸다.  마치 제트기가 와서 부딪치는 것처럼...
순간 무슨 파편이 튀는게 내 오른쪽으로 보이면서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확인할 사이도 없이 나는 계속 가야만 했고, 백미러로 뒤를 잠깐 보니 부딪힌 차에서는 연기가 무지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순간이었다.
놀란 마음을 누르면서 exit을 빠져나가고 있는데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약 차선을 옮기지 않았다면 그 부딪힌 차 자리에는 내가 있었을 것이다.  이런...

자.. 생각해보자...
1초도 안되는 순간에 누군가는 구급차를 타야하는 신세를 지게되고, 나는 아무일도 없었던것처럼 일상으로 복귀한다.  뒤에서 갑자기 받혔기때문에 충격이 클 것이다.  후유증으로 한참을 고생할 수 있다.  사고처리에 병원치료, 보험, 업무손실.... 생각만해도 마음이 답답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많이 다치지 않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일단은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것에 대해 감사했다.

그런데 그런데...신기하다.
이 감사가 채 반나절이 가기 전에 시들해진다.
하루가 지나니 잘잘한 일상 속에 파묻혀 깨끗하게 잊혀진다.
일주일이 지난 오늘 언제 그런일이 있었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내가 이상한 건가요?




박혜주 14-05-30 02:31
 
집사님 글은 언제 읽어도 좋습니다.
오늘도 역시 감사에 시들해져있는 저를 돌아보게 합니다. 감사, 꾸벅!!!
집사님의 멋진 얼굴 다시 보고 싶어요.
     
목정빈 14-05-30 20:14
 
박혜주 집사님~ 댓글이 늘 반가워요~ㅎㅎ
자주자주 들어오세요~:)
목정빈 14-05-30 20:12
 
저도 혜림집사도 비슷한 생각을 많이 해요~
이른 오후즈음에 "정말 감사합니다." 하면서 두손을 모아 감사해도 저녁이 되고 다음날 아침이 되면
금방 그 감사를 잊어버리죠~ ㅋㅋ
집사님이 사고 안당하셔서 다행이네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운전을 잘하는 사람은 이리저리 휙휙 빠지고 추월하면서 운전하는 사람이 아니라 안전운전 하는 사람이라고...ㅋㅋ 계속계속 안전운전 하세요~
김종윤 14-05-30 20:43
 
제가 집사님 글을 좋아하는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겪고 느낀 일들을 다시 한 번 신앙의 눈으로 재해석 해 주시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 내용들이 뻔한 교훈적인 내용들이 아니라 나에게도 올 수 있는 사건이 될 수도 있기에 더욱 공감이 가는 것 같습니다.

세상사람들에게 흔히들 그리스도인, 이라고 하면 성경책들고 교회를 가는 사람으로 널리 불리우는데
어쩜 이렇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예수님과 성경의 말씀에 비추어서 살려고 노력하고, 적용하고 실천하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살면서 그게 점점더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닫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성경적 지식이 늘어가고 교회 행사에 대한 이해는 깊어지는데, 막상 삶으로서 네가 그리스도인이냐 물으면 대답할 것이 별로 없다는;; 그런 점에서 저는 그 자리에서 묵묵히 신앙생활을 하는 집사님과 여러 성도님들을 보면서 배우게 됩니다. 이건 보통 행운이 아닌 것 같아요.

성경의 내용을 좀더 체계적이고 정밀하게 설명하려고 하면, 점점 더 복잡해져요. 교리라던지, 성경상 난제라던지, 신학적, 철학적이고도 역사적인 질문들을 던지면. 그런데 그렇게 살라고 하면 굉장히 심플해져요. 단지 그렇게사는게 어려워서 그렇지. 그런 점에서 본다면 신앙은 산을 오르면서 정복하는 과정이 아닌, 반복된 농사를 짓는 것과 같은 성숙의 과정이라는 생각도 들고. 참 말이 길었습니다.

p.s., 집사님이 4차선으로 가셨으면, 안전운행하셨을테니 아마 사고 안났을꺼에요. 저는 그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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