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35분.헬멧,쫄바지,쫄상의 완전무장하고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아파트 시작부터 약간 오르막. 지그재그로 낑낑대며 29번으로 들어선다. 드디어 5.3마일의 대장정이 시작되고 있다.
자전거 출퇴근.
사실 오랜 희망사항이었지만 버스운전이 새벽인지라 엄두를 못내다가 드디어 지난주부터 늦은 오전으로 바뀌어 첫단추를 꿰게되었다. 운동,개스절약,정신건강 1석3조의 엄청난 효과를 몸으로 경험하는 순간이 드디어 온것이다.
신호등을 지나면서 도서관까지 1마일이 조금 못되는 내리막길이다. 시원한 아침공기와 청명한 햇살을 온 몸으로 느끼며 시원하게 내달렸다. 이런 맛에 자전거타는게 아닐까. 도서관부터 H마트까지 1마일은 가파른 오르막이다. 첫번째 험한 코스. 당황하지 않고 1단 기어로 확 낮추고 몸을 숙인다. 중간까지는 무리없이 올라가는듯 했다. 신호등 하나를 지나면서 신음소리가 새어나오기 시작한다. 머리는 이미 땅을 쳐박고 있다. 쐥쐥거리며 나를 비웃듯 자동차들이 내리오른다. 얄밉다. 헥헥거리며 올라가는데 왱~하는 굉음소리에 게눈으로 흘겨보니 물청소차가 그뭐냐... 대형 솔질을 해대고 있다. 엄청난 먼지를 뿌리면서... 고스란히 들이마시며 페달을 밟았다. 28번 다리위를 지나가는데 라틴계 청년 2명이 걸어가고 있다. 어딜가는지 한가롭기까지 하다. '지금 이시간에 걸어서 어디를 가는지..., 일이 없나...' 이런 생각을 하는 동안 드디어 H마트에 도달했다. 1/3 정도 지점이다. 숨이 차며, 허벅지가 부풀어 오른것을 느낀다. 여기서부터 CVS까지는 평지다. 숨을 약간 고른 후 최고단으로 기어를 바꾸어 온몸으로 느껴지는 평지의 기쁨을 맛본다. CVS에서 신호등을 기다리는데 건너편에 우리 버스가 보인다. 최고령 70살 Mr. Williams였다. 손을 흔들어 주었더니 깜짝 놀란다. 양손 엄지손가락을 치켜준다. 히히히...
자. 이제부터 1마일이 넘게 내리막길이다. 마치 이순간을 위해서 페달링을 한 것처럼 탁트인 내리막길을 내려다보며 미소를 지었다. 오르막길만 있다면 절대 사람들은 자전거를 타지 않을것이다. 세상을 가진 듯 무지하게 내리달렸다. 길이 넓고 사람도 거의 없어 거칠것이 없었다. 모든 생각이 없어지면서 오직 앞만보고 달린다. 바람소리가 폭풍소리가 되어 귓가에 맴돈다.
내리막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인도가 사라지면서 도로만 있는 100미터 정도의 길이 나온다. 제일 위험한 구간이다.
사실 자전거 출근길은 우리 귀염둥이의 엄청난 반대를 뚫고 이룬 업적이다. 이유는 물론 안전.
'사람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는 출처도 모르는 말을 앞세우며 밀어부친 결과여서 이렇게 위험 구간은 각별히 주의를 해야한다.
다행히 안전하게 통과하고 코 앞에 둔 절반의 지점을 향해 내닫는다. 그런데 아~ 이런...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