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면 metro 버스를 운전한 지 한달하고도 며칠지난 시점.훈련기간까지 포함하면 세달 넘게 DC 지역을 누빈셈이다.
버지니아에서 운행하는 fairfax connector 버스를 4년넘게 운전했지만 metro 버스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많은 차이가 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참 새롭고 이전에 보지못했던 많은 일을 겪었다. 어떤일은 나를 낙담시키고, 어떤일은 나를 일깨운다.
낯선 도로가 그 첫번째다.
그냥 낯설기만 한게 아니고 버지니아보다 좁고,복잡하다.
이전에 DC래야 집에서 박물관까지가 전부인 나로서는 카메라 깔려있고, 파킹한 차인지 가고있는 차인지 구분이 안되는 도로가 답답하기만 했다. 그냥 가기만 하는게 아니라 정류장에 들어갔다가 나왔다하는 일을 반복해야 하니 덩치큰 버스의 고충이 여기에 있다. 마음을 여유있게 먹지않으면 접촉사고 나기 딱 좋은 상황의 연속이다. 다행이도 이 부분은 서서히 적응하고 있는 것같다.
두번째는 사람들이다.
인종을 비교할 마음은 아니지만 내 마음속으로는 이미 깊이 갈라져 있다.
어찌 그리 두 인종들이 다른지... (물론 다는 아니지만) 적어도 하루종일 보는 나로서는 한쪽은 한없이 예의바르고 한쪽은 한없이 무례하다. 요금 1불75센트 때문에 얼마나 사람들이 다를 수 있는지 날마다 확인한다. 요금을 정상적으로 내는것이 신기할 정도로 무임승차가 많다. 반값이라도 내고 타면 오히려 고맙다. 무임승차의 양태도 각양각색인것이 뻔뻔형,애걸형,눈속임형, 그리고 많진않지만 위협형까지...어쩌다 돈이 없어서 못냈다고는 보여지지않는 그냥 어제도 그랬겠구나하는 그런 모습들...
문제는 날마다 이 모습을 부딪혀야하는 나다.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야하는데 나와 마주치는 그 눈빛에서 무시,거절,화냄,냉냉함 들이 차곡차곡 내 마음에 쌓인다. 그래서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받은 그대로 내 표정이나 행동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한다. 현재 해결해야할 내 숙제다.
세번째는 음...뭐라고해야 할까... 살아가는 사람들과의 만남?
길가다 잠깐 스치는 그런 사이가 아닌 적어도 타서 내릴때까지는 함께 한 공간에 머물면서 서로를 관찰할 수있는 그런 시간이 있다. 여섯명인가의 아이들을 양떼 몰듯이 몰고타는 뚱땡이 아줌마부터 담배연기인지 무슨연기인지 매콤한 냄새를 풍기는 뚱땡이 아저씨,하의 실종 여학생,보따리만 다섯개인 홈리스 아저씨 아줌마,곤드레만드레 딸기코 할아버지,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중딩들, 아픈 표시 역력한 휠체어 손님까지...버스에는 거의 모든 연령대를 만날 수 있고, 삶의 희,노,애,락이 분명하게 담겨있다. 이 곳은 마치 잘 익었는지 세모 모양으로 뽕따서 맛보았던 수박처럼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그래서.... 나는 버스 운전을 사랑한다. 평소 무심하게 지나갔던 일, 조급하게 반응했던 일, 타성에 젖었던 일들이 버스운전하는 동안 만남을 통해 나를 꾸짖고,격려하고,칭찬한다. 버지니아가 유치원이었다면 DC는 고3 입시반같은 차이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