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일기 중.." 19일, 영진이가 엘리베이터 유니온에서 필기시험을 보고왔다. 저 혼자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택시타고 해낸것이 결과를 떠나 마음 뿌뜻했다. 이제 저 혼자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 물론 걱정이 되어 지도보며 자세히 알려주기도 하고, 준비물 잘 챙겨가라고 자는 사이에 쪽지도 써놓고 출근했었지만 어쨋든 알아서 스스로 제 일을 한다는 것이 대견했다. 열흘 후에나 결과가 나온다니 지켜볼 일 이지만 좋은 결과 나와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미국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스스로 독립하는거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지만, 막상 큰 딸 예진이가 졸업할 때까지만 해도 아직은 "양육의 책임"을 내던질 수 없는 한국부모였었다. 그러나 영진이까지 졸업하면서 그리고 바로 직장 잡는 준비를 하고있는걸 보고있으니 묘한 기분이 든다.
첫째는 그 양육의 책임이 덜어진데 대한 홀가분한 느낌? 내가 부모로서 노심초사하며 돌보아야할 대상이 아닌 성인으로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나를 홀가분하게 만들었다. 아직은 비록 제 용돈이나 벌어서 쓰는 단계지만 시간이 지나면 훨씬 빨리 성장할 거라는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둘째는 그 홀가분한 느낌 뒤에 오는 허전한 느낌? 뭔가 양손에 계속 줄을 당기고 있다가 탁 놓아버린 그런 기분이었다. 20여년을 당연히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돈을 벌어야 되고, 시간을 내어주어야 하고, 때로는 감시해야하고, 훈육도 해야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의무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뭐랄까 조금은 이 세상에 쓸데가 줄어든 사람인가 하는 그런 생각들...
셋째, 우리 엄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이제까지 막연히 나를 키워주신 고마운 분들로만 기억했다면 지금은 좀 더 실제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했을때 엄마,아버지의 심정이 이랬을까...그렇구나...하는....더군다나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어 더 그 마음 전할 길 없어 아쉽기만 하다.
아이들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도 이런 단계를 통해 성장하는거구나....요즘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나랑 같이 사는 귀염둥이께서는 마니 마니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