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운전과 버스운전의 다른점 중 하나는 차가 날마다 달라지냐 아니냐인듯 싶다.
일단 우리 차고에 있는 버스는 약 250대.
특별히 안전에 문제가 없는 한 그 날 정해주는 버스를 몰고 나간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말.
같은 제작회사의 버스이므로 모든 계기나 장치들이 비슷하다. 다만, 얼마나 오래 되었냐에 따라서 성능의 차이를 보일 수 있고, 계기나 장치들이 달라질 수 있다.
어느날 운전석에 앉아서 왼쪽 거울을 쳐다봤는데 없었다. 엥... 내 머리 위치보다 높이 올라가있다. 3초마다 보라고 하는 왼쪽 거울이 높이 있으니 그 날은 하루 종일 올려보느라 고개와 눈이 윗쪽으로 쏠린채 마쳤다.
다음날 앉자 마자 왼쪽 거울을 확인한다. 휴.. 옆에 바로 붙어있군... 출발했는데 내 뒤쪽에서 계속 거스리는 소리가 난다. 웽에엥~.....무슨 판넬 뚜껑이 덜껑거리는 것같고, 판넬 안에서부터 나는 소리인것 같고...그날은 하루종일 웽엥...하는 소리에 시달리며 마쳤다.
다음날 앉자마자 거울 확인, 출발하고 소음 확인...음 이상없군....한참 손님 태우고 있는데 fare box가 조금씩 늦게 반응한다. 스마트 카드로 touch할 때 beep sound가 바로 들려야되는데 약 0.5초 정도 늦게 난다. 그 사이 다른 사람들이 touch하고, 나는 잠깐만 기다렸다가 하라고 하고...그 과정을 또 9시간 내내 한다.
다음날 거울,소음,fare box. 이상없지만...이번엔 앞 출입문 여닫기는 속도가 다른 버스보다 조금 늦다. 손님들 다 태우고 출발하려고 레버를 닫으면 이이이이잉.....하면서 한 4~5초 걸린다. 그래서 엑셀에 발을 얹으려고 하면 꼭 그 사이 헐레벌떡 와서 문 열어달라는 손님이 있다. 다시 열어서 태우고 레버를 닫으면 또 이이이이잉....이렇게 하면 하루종일 시간이 처진다.
다음날 거울,소음,fare box,출입문 확인하고 출발한다. 브레이크를 밟는데 평소보다 세게 밟아야 했다. 다리에 힘이 많이들어간다. 당연히 그날 하루는 오른쪽 발과 다리가 고생한다.
다음날 거울,소음,fare box,출입문,브레이크 확인 할 것도 없이 운전석 시트부터가 뭔지 모르게 불편하다. 아무리 높였다 낮춰다해도 잘 안된다. 결국 그렇게 9시간....
이렇게 사소한 문제들이 날마다 돌아가면서 나를 불편하게 만든다. 그래서 얼마동안은 버스에 오를때마다 이번에는 또 뭐가 문제를 일으킬까 살펴보게되었다. 그러니 그동안 즐거웠던 운전이 슬며시 재미없어졌다. 다른 기사들은 별 불만없이 잘 다니는것 같은데 나만 유독 예민한것 아닌가 하는 자책도 하면서...
그도 그럴것이 어쩌다 가끔씩은 정말 완벽한 버스를 만난다. 이제까지 경험했던 문제 없이 완벽한....그래서 다음날도 내심 그런 버스가 걸리길 간절히 기대한다. 그러다가 아니면 또 실망하고... 그러다가 한 번 완벽한 버스 만나고..기대하고 또 실망하고....
그래서 어느날은 곰곰히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즐겁게 운전할 수 있는 방법을...내 문제가 무엇인지...
해답은 간단했다.
완벽한 버스 만나는 걸 기대하기 보다, 문제있는 버스 만나는 걸 당연하게 여기자...
무슨 문제가 있나 찾아서 실망하기보다는 신차가 아니니 당연히 몇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문제들이 있겠지하고 넘어가는것이다. 그것보다 오히려.. 어제는 차 소음이 크게 났었는데 오늘은 괜찮네... 어제는 fare box가 안좋아서 시간을 지체했는데, 오늘은 다행이네...이런 식으로 마음을 바꾸니 훨씬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 인생도 크게 다르지 않겠구나 조심스럽게 생각을 넓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