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day suspension, one written reprimand and one day paid training"지난 한달 반 동안의 나의 성적표(?)라고 할 수 있다.
2초도 안되는 두 번의 실수 때문에 받은 훈장치고는 내게 많은 아픔을 주었다.
앞차가 갑자기 서는 바람에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요금계산하고 들어가던 손님 한명이 panel에 부딪히면서 넘어졌는데 곧바로 일어났다. 확인하니 괜찮다면서 자기 자리로 걸어가서 앉았다. 그 다음날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report를 하는게 안전할것 같아서 제출했더니 다음날 부른다. 사정을 듣더니 대뜸 왜 즉시 보고 안했냐고 한다. 상대방이 괜찮다고 한건 이유가 안된단다. 혹시 다음에 보고 안한 상태에서 상대방이 claim하면 바로 퇴사라는 경고와 함께... one day suspension. 하루 일당 날아갔다.
그 날따라 좌석이 만석. 노인 한 명이 탔는데 자리가 없는것을 보더니 그냥 출입문 근처에서 손잡이 붙잡고 걸터서있다. 종종 있었던 상황이라 살살 출발했다. 다음 정류장에서 손님들을 태우려고 문을 여는 순간 사람들 틈으로 노인이 얼굴을 찡그린다. 에구...앞문이 열리면서 왼쪽다리가 panel 사이에 끼어버렸다. 얼른 다시 문을 닫고 상태를 확인해 보니 다리에 눌린 자국이 있다. 나는 웃으면서 괜찮지라고 물었는데 조금 아프다고 한다. 이런.... 보고하려고 내렸더니 바로 따라 내린다. control center에서는 물어보란다. 혹시 앰블런스 필요하냐고...경중에 상관없는 rule인것 같았다. do you need ambulance? yes... 헐....이건 뭐지...할말을 잃었다.. 아니 만원버스에서 문에 발 좀꼈다고 앰블런스를 불러달라니...
앰플런스 필요하다고 했고, 손님들이 투덜거리며 다 내리고, 경찰들 오고, 앰블런스와서 노인 꽁꽁 묶어가고, supervisor와서 보고서 쓰고, 본부에 잡혀가(?) 소변검사,알콜테스트하고 회사로 다시 오는데 3시간 걸렸다. 테스트 결과 나오는 3일 동안을 다른 기사 버스타고 9시간씩을 앉아있어야만 했다. 고통의 시간이었다. 다음날 불러서 갔더니 노인이 그 자리에 서있으면 안된단다. 안으로 들어가라고 해야하는데 그걸 fail했다는 이유로...one written reprimand and one day paid training.
46년 살면서 잘했다고 상받은 적도 없지만, 그렇다고 벌 받은 기억도 거의 없다. 그런 내가 영어로 잔뜩 뭐라뭐라 쓰여진 종이들에 사인하면서 속에서부터 나오는 그 창피함과 후회스럼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다음날 부터 운전하는데 처음으로 운전하기가 싫었다. 사람들이 미웠다. 손님들은 말할것도 없이, 회사사람들, 경찰들 모두 다....억울하고 모두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것 같았다. 하루 종일 뚱하게 입내밀고 운전했다.
그 다음날 곰곰이 생각해봤다. 내 입장에서만 생각해 볼 일은 아닌것 같았다. 교훈이 있을 것같았다.
경위야 어찌되었던 두 사건 모두 나의 잘못이 있었던 결과인 것이다. 앞 차와 좀 더 거리를 두고 천천히 운전했거나, 여유를 가지고 살피면서 운전했으면 생기지 않을 일이었다. 번개처럼 떠오르는 말이 생각났다.
안.전.운.행.
석달의 훈련기간 동안 내내 강조받았던 단어였다. 기본중의 기본이지만 실제 운전할 때는 귀찮다는 이유로, 스케쥴에 쫓긴다는 이유로 서서히 우선순위에서 밀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그 다음날 부터 모든 것을 제쳐두고 "안전운행"만을 머리속에 떠올리며 운전했다. 훨씬 더 편안한 운전을 할 수 있었다. 기본을 우선하며 사는 삶... 마음고생과 바꾼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