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버스를 몰고 도로를 다니다보면 내 인생도 운전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1. 똑같은 코스를 돌고 돌고 또 돌고... 1시간,2시간,3시간,4,5.6,7,8,9...끝나지않을것 같은 그 단조로운 순간들이 지나고 나면 이윽고 돌아갈 시간이 가까와 오고 마지막 코스를 끝으로 차고지로 돌아온다. 가끔은 내가 만약 버스를 몰고 차고지가 아닌 어디론가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하고 상상해 본다. 아마 모르긴해도 하루이틀안으로 감옥에 가게될 것이다.ㅎㅎ(참고로 버스 한대는 평균 5억원)
내 인생이 지겹던지,힘들던지,행복하던지 언젠가는 끝이 있게 마련이다. 짧은 4시간짜리 스케쥴을 받던지 10시간짜리 긴걸 받던지 시간이 되면 차고지로 가야되는것처럼 나도 죽음이라는 차고지로 돌아가야만 하는 사실.
2. 같은 시간 같은 길을 가는데도 어느날은 알수 없는 이유로 밀리거나, 혹은 사고가 나서 스케쥴에 있는 시간대로 가지 못하는 때가 있다. 초창기에는 그럴 경우 애달아하며 정해진 스케쥴을 따라잡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가까스로 빨간불을 통과하기도 하고, 급출발과 급정지를 번갈아가며 시간을 벌고, 조금 있는 휴식시간도 줄이다보면 어느덧 제시간으로 복귀한다. 그러면 그제서야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안정을 찾곤했고 그렇게 노력했던 내가 뿌듯했었다. 그러나 그것은 안전을 볼모로 한 나의 어리석은 행동이었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날은 눈이와서 사방팔방 안 막히는 곳이 없었다. 1시간 가까이 늦어졌다. 날아가지 않고서는 스케쥴에 맞출 길이 없었다. 그 때 본부에서 연락이 왔다. 스케쥴을 건너뛰고 하라고.. 아! 꼭 스케쥴에 있는대로 다 할 필요는 없는것이었다. 스케쥴 맞추는 것보다는 안전이 더 중요하니까.
계획한대로 되는것이 성공이라고 말한다면 그 말도 맞지만, 그렇다고 꼭 그런것만은 아닌것이 인생에는 '변수'라는 것이 너무 흔하기 때문이다. 그 변수때문에 힘들어하고, 낙심하는 모습은 스케쥴에 맞추지 못할까봐 애달아하는 나와 다를 바 없다. 운전할 때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3. 도로위의 비싼차와 저렴한 차. 그걸 우리는 좋은 차와 안 좋은차로 구별한다. 번쩍 번쩍 고급차가 옆을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우리 division에도 최근 새 버스가 많이 들어왔다. 계기판의 주행거리가 1000 마일 정도밖에 안된 싱싱한(?) 버스를 운전하는 기분은 제법 괜찮다. 새차니 당연히 소음적고, 잘나간다. 업그레이된 기능도 많이 있다. 예를들면, 신호에 잠시 정차할려고 브레이크를 밟고 있으면 약 2초후에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유지되는 기능. 발을 떼고 쉴 수 있다. 너무 편하다. 그렇게 운 좋게 며칠을 계속 새차가 걸려 즐겁게 운전했다. 그러다가 올드버스가 배정되던 날 다소 실망스러운 마음으로 운전을 시작했는데 왠지모를 편안함이 나를 감쌌다. 여전히 덜덜거리고 여전히 둔닥하면서 여전히 낡았는데도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것처럼 다정하고 안정을 주었다. 그러고 생각하니 새 버스는 좋긴 했지만 왠지 잘 안맞는 옷을 입은것처럼 불편하기는 했다. 새 버스가 주는 유익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올드버스에서 주는 그 말로 할 수없는 편안함은 새 버스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목사님 설교 중에 "생각하기 나름이란 곧 믿음을 말하는 것입니다."라고 했다. 소유하거나 누리는게 많은 환경이 있을 수 있다. 반면 상대적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삶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내가 지금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얼마나 누리고 있는지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가 더 중요한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