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 거실로 내려가는데 현관 앞 garden에서 환호성이 들렸다. 무슨일인가 문을 열고 보니 순애씨가 정원 한가운데 핀 양귀비(poppy seed)를 향해 외친 소리였다. 언뜻봐도 엄청 붉고 큰 양귀비 꽃이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필듯 말듯 애간장을 태우던 터여서 그 반가움과 놀라움이 컸다. 꽃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나에게도 내 손바닥보다 큰 그 붉은 꽃은 내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신기해서 다가가 자세히 쳐다보니 그 꽃잎 안쪽은 더욱 장관이었다. 핏빛 원형의 암술과 수술이 마치 또 다른 꽃을 연상할 만큼 화려한 자태를 뽐내면서 숨어있었다. 순애씨말로는 작년 봄에 정말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한 작은 씨를 뿌렸다고 했다. 뿌리면서도 이런 보잘것 없는 씨가 과연 자라서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반신반의 하면서 말이다. 그러던 것이 제법 한 뼘 한 뼘 자라 1m 정도까지 성장했단다. 참으로 신기했다. 이렇게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크고 붉은 이 꽃이, 불면 날아가서 찾지도 못할 정도의 씨에서 나왔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성경의 겨자씨 비유를 떠올렸다. 작은 겨자씨가 자라서 큰 나무가 되어 새들이 깃들였다는... 성경에 있는 말씀이니 당연히 믿었지만 눈으로 본 적이 없으니 그저 그렇겠거니 믿었을 뿐이었다. 그렇지만 오늘 아침 그 화려한 꽃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나의 피상적인 믿음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하찮게 보였던 그 씨안에 이미 이렇게 아름답고 눈부신 모양이 다 담겨 있었다고 생각하니 생명이란 과연 오묘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옥한흠 목사님의 설교가 기억났다. "믿음은 크고 작음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그 믿음이 진짜냐 가짜냐 하는것이 본질이다. 아무리 작은 믿음,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겨자씨만한 믿음이이라도 그것이 진짜라면 충분하다. 아무리 큰 믿음이 있어도 그 믿음이 가짜라면 아무 소용이 없다"
나는 그 진짜 믿음을 생명이라 부르고 싶다. 아무리 보잘것 없어보여도 그 안에 생명을 품고 있으면 화려한 꽃을 피워낸다. 그러나 아무리 단단하고 크고 멋지더라도 그 안에 생명이 없으면 매일 물 주고 거름 주고 온갖 정성을 다해도 발에 흔하게 채이는 들꽃 한 송이도 피어내지 못한다.
나의 믿음에 있어서 생명은 무엇인가. 나는 과연 생명이 있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가. 창조주 하나님,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죽음,부활,재림,영생 이라는 생명.
다시 한 번 그 붉은 꽃을 물끄러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