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버스를 몰고 다니다보면 가끔씩 사고가 저는 광경을 목격합니다.그 날도 여느때와 같이 평온한 Burke 부근
286 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사고를 목격한 순간은 정확히 두 차가
부딪힌 장면부터였습니다. 교차로였는데 파란색 신호등이 켜 있었고, 반대편 교차로에서 오던 차량이 신호를 못보고 그냥 들이받은걸로 추측되었습니다. 충격이
얼마나 셌는지 추돌한 차 다섯 대가 모두 갓길까지 밀려나와있었습니다. 큰 사고였습니다.
순식간에 교차로는 흰연기와 차량들로 뒤엉겼습니다. 받힌 차량의 에어백은 모두 터졌고 몇몇 차량 운전자들은 뛰어나와 사고 수습을 도와주고 있었습니다. 저는 승객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찌하든지 빨리 그 현장을 벗어나야만 했습니다. 당한
사람들에게는 미안했지만 딱히 내가 도와줄 입장이 아니었습니다. 살살 반대편 차선쪽으로 넘어가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제 뒤를 물고 S자를 그리면서
다른 차량들도 따라 붙고 있었습니다. 달리면서 백미러로 뒤를 보니 교차로 주변이 폭탄을 맞은 듯
아수라장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숨 돌렸고, 이내 평상시로 돌아와 사고현장을 잊고 평온한 마음으로 운전을 하는듯
했습니다.
그런데 자꾸만 사고현장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모습이 아른거리면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우선은 제 자신. 아픔을 당한 사람을 생각할 여유없이 승객들을 핑계로 빠져나와야만
했던 나 자신.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더 크지 않았는지 반성했습니다. 다음은 사고를 낸 사람. 순간의 방심이 얼마나 큰 결과를 가졌왔는지 몸으로 체험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차에 받힌
사람들. 전혀 생각지도 못한 순간이라
대비할 시간도 없었을 것입니다. 병원에
가야하고 어쩌면 오랫동안 입원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사고 후 밀려 제 갈길을 지체하는 사람들. 다들 시간 맞춰서 약속장소로 가는 사람들인데
지각하거나 혹은 중요한 약속을 놓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다음은 사고현장에서 한참 떨어져있는 사람들. 지금은 쌩쌩~ 가고
있지만 불과 1,2분 후면 꽉막힌 도로로 답답해 할 것입니다. 무슨일이 벌어졌는지 영문도 모른채…
제 인생을 돌아보면 그렇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목격한 사고현장처럼 내
잘못은 아닌데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제 잘못으로 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적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당한 고통으로 곤욕을 치룰 때도 있었지요. 하던 일이 꽉막힌 답답한 순간들은 셀 수도 없습니다. 물론 쌩쌩~ 일이 잘
풀리는 날도 있었고요.
결국 꼬리를 문 제 생각은 별거 아닌듯한 깨달음을 하나 얻고 나서야 마무리됐습니다.
“이 모든 일은 지나갔고, 나는
지금 여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