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키를 넘겨주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왠지 서운했습니다. 손에 쥔 700불 짜리 check는 마치 최후의 저항 끝에 장렬하게 숨을 거둔 전사의 피 값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5년 5월 어느날, 내 발로 찾아간 dealer shop, 거기서 구입한 중고차
나는 이 차와 함께 울고 웃었던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미국 생활을 12년 동안 보냈습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추운 겨울에도 시동만 켜면 부르릉 하고 말없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 내 고마운 코롤라. 오늘 팔아넘긴 상실감이 어제 산 번듯한 새 차로 인한 기쁨보다 훨씬 더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차와 함께 사라진 추억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 차와 함께 했던 길거리,쇼핑몰,학교,공원... 그리고 사람들.. 어떤것은 또력하게 어떤것은 아련하게 기억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 차를 타고 있었을 때는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팔아버리고 나니 마음 한 쪽이 휑해지면서 마치 시험 보기 전 메모해 두었던 노트를 통째로 잃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반면에 우리 영진이는 자기가 타던 차였지만 hug 한 번 하더니 룰루랄라 새 차 몰고 쌩~ 사라져버렸습니다.
영진이에게는 꺼내 볼 추억보다는 만들어 갈 추억이 많기 때문일테죠.
내가 지금 타고 있는 중고차도 4~5년 후면 수명을 다할 테니 그 때 새로 차를 사면 어쩌면 내 생애에 마지막으로 구입하는 차일지도 모르겠다는 상상까지 해보니 세상 참 허무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애구 애구 너무 진도를 나갔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