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5-24 10:27
차를 팔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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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신제영
조회 : 1,253  

 

차 키를 넘겨주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왠지 서운했습니다.  손에 쥔 700불 짜리 check는 마치 최후의 저항 끝에 장렬하게 숨을 거둔 전사의 피 값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5년 5월 어느날, 내 발로 찾아간 dealer shop, 거기서 구입한 중고차

나는 이 차와 함께 울고 웃었던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미국 생활을 12년 동안​ 보냈습니다.   한파가 몰아치는 추운 겨울에도 시동만 켜면 부르릉 하고 말없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 준 내 고마운 코롤라.  오늘 팔아넘긴 상실감이 어제 산 번듯한 새 차로 인한 기쁨보다 훨씬 더한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차와 함께 사라진 추억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 차와 함께 했던 길거리,쇼핑몰,학교,공원... 그리고 사람들.. 어떤것은 또력하게 어떤것은 아련하게 기억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그 차를 타고 있었을 때는 몰랐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팔아버리고 나니 마음 한 쪽이 휑해지면서 마치 시험 보기 전 메모해 두었던 노트를 통째로 잃어버린 느낌이었습니다.  반면에 우리 영진이는 자기가 타던 차였지만 hug 한 번 하더니 룰루랄라 새 차 몰고 쌩~ 사라져버렸습니다. 

영진이에게는 꺼내 볼 추억보다는 만들어 갈 추억이 많기 때문일테죠.

 

내가 지금 타고 있는 중고차도 4~5년 후면 수명을 다할 테니 그 때 새로 차를 사면 어쩌면 내 생애에 마지막으로 구입하는 차일지도 모르겠다는 상상까지 해보니 세상 참 허무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애구 애구 너무 진도를 나갔나요?


김순애 17-06-16 10:14
 
진짜 우리집에 새차가 두대나 생겼어요.
이게 다 빚이지만 우리에게 이런날도 오는구나하고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어요.
700불에 넘긴 그 차도 처음 샀을때는 진짜 좋았는데....우리 가족을 여기저기 열심히 실어날러 주었던 고마운 차.
속도 많이 안 썩혔고, 남편이 관리 잘 못해서 넘이 훔쳐가서 찌그러지고 길에 버려지기도 했던 차.ㅋㅋ
유혜림 17-06-27 11:25
 
공감가는 글이에요
저도 처음 미국 와서 차 없이 살다가 8개월만에 야리스를 사고나서 엄청 기뻐했던 기억이 ㅋㅋ
완전 작은 차였지만 창원오빠가 너것이 새차라면서 거기 4명 태우고 노스캐롤라이나 듀크까지 갔던 기억이 ㅋㅋ
새 차라고 정철오빠는 새차 냄새 맡고 싶다고 제 차를 구경했던 그런 시절이 ㅋㅋㅋㅋ

얼마 전 그 차를 처분하고 새 차를 샀는데 팔고 오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구요
정들었던 차를 놓고 새 차를 끌고 오는데 기쁨보다는 아쉬움이 ....
근데 지금은 역쉬 새 차 좋다면서 ㅋㅋㅋ  잘 타고 다녀요 사람의 간사함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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